<표심의 역습>을 통해 전하는

'대한민국 표심' 다섯 번째 이야기

 

" 고령 빈곤층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이유 "

 

 

 

2012년 12월, 18대 대선 직후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가구소득이 150만 원 미만 가구의 유권자가 2배 이상 박근혜 후보를 더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치러진 전국적 선거에서 저소득가구 유권자들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훨씬 지지했던 이유는 뭘까?

 

 

저소득층에서 박근혜 후보를 더 지지했다


2012년 12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51.6%의 지지를 받아 48.0%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대선 직후 조사된 한 자료에 따르면, 가구소득이 150만 원 미만 가구의 유권자는 2배 이상 박근혜 후보를 더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4월,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발견되었다. 19대 총선 정당투표에서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을 42.8%, 민주통합당을 36.5%, 통합진보당을 10.3% 비율로 지지했다. 총선 직후 조사에 따르면, 가구소득 150만 원 미만 가구 유권자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55.4%로 전체 평균보다 12.6%p 더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정치학회 총선 사후 조사).
이 시점의 가구소득 150만 원 선은 대략 상대적 빈곤선을 의미했다.
한 사회의 빈곤층 비율을 측정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이 상대적 빈곤율을 계산하는 것이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한 사회의 중위 소득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가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중위 소득은 각 가구가 얻은 전체 소득을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운 다음 딱 절반에 위치한 소득을 가리킨다. 중위 소득이 100만 원이라면 50만 원 미만의 소득을 얻은 가구(원)의 비율을 상대적 빈곤율이라고 한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 사회의 중위 소득(월 소득 기준)은 316만 원이었고, 그 절반은 대략 158만 원이었다(통계청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그렇다면 2012년 두 번의 전국적 선거에서 저소득가구 유권자들이 이처럼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훨씬 지지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고령 빈곤층의 효과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할 때, 전국적 선거에서 저소득가구 유권자들이 새누리당(후보)을 더 지지한 이유 중 하나는 고령 소득빈곤층의 압도적 지지 때문이다. (중략) 월 가구소득 150만 원 미만 응답자 가운데 47.2%, 150만~250만 원 구간 응답자 가운데 25.4%가 60세 이상 연령층으로 확인된다. 150만 원 미만 집단에서 나타나는 이들의 분포는 다른 연령대의 가구소득 분포와 비교할 때 3배 정도 상회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고령 빈곤층의 문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가계의 상대적 빈곤층 비율은 13.7%였던 반면, 노인 빈곤층 비율은 48.0%로 3배가 넘었다(임완섭, 2015). 150만 원 미만 가구의 고령층 비율은 이러한 한국 고령 빈곤층의 현실을 반영한다.

이 조사에서 60세 이상 전체 응답자 중 75.6%, 150만 원 미만 소득가구 응답자들의 79.7%가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했다. 60세 이상 빈곤소득가구 유권자들과 60세 이상 전체 유권자들의 박근혜 후보 지지율의 차이는 오차범위 안이었다. 이 결과는 소득에 따른 지지의 차이가 아닌 연령에 따른 지지의 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효과와 연령효과를 구분하자

 

2012년 두 번의 전국적 선거가 있은 후, 우리나라의 일부 언론과 식자층에서는 ‘빈곤층이 왜 보수 정당(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을 더 지지하는가’라는 화두에 매달렸고, ‘계급배반투표’라는 용어가 회자되기도 했다. 2012년의 선거에서 빈곤층이 박근혜 후보를 더 지지한 결과에 주목한 것이다.
토마스 프랭크의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라는 책이 화제가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프랭크는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에 더 투표하는 현상을 설명하려 했다. 책에 따르면, 미국의 공화당은 낙태, 총기 소유, 동성애 문제 등 일련의 ‘문화전쟁’을 의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유권자들이 당면한 경제 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했고, 선거에서 경제정책보다 문화적 가치 논쟁을 더 중요하게 만들어 보수적 가치를 지닌 가난한 사람들의 지지를 더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런 고민들 또한 한국 정치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2012년 한국 선거에서 나타난 빈곤층의 투표를 설명하는 데 계급이나 부자, 가난이라는 개념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본 그림과 표는 특히 한국에서 정치적 지지의 성격을 해석할 때 소득효과와 연령효과를 신중히 구분해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한국에서 특정 정당이 왜 지지를 받거나 받지 못하는지를 설명할 때, 소득이나 학력 등 다른 나라의 중요한 변수들이 대개 유의한 설명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곤 한다. 그리고 이런 분석은 대개 현실을 반영한다.
분단과 전쟁,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독재체제와 민주체제를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경험해온 우리 사회는 세대 간에 단절된 정치사회 경험을 특징으로 한다. 흔히 이러한 세대 간 경험의 차이가 낳는 정치적 지지 분포는 세대 갈등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한국의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가 물질적 이해관계(일자리, 소득, 연금 등)를 둘러싸고 서로 갈등하는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정치 경험의 차이로 인해 정치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정치적 지지 대상이 다른 경우일 때가 많다. 이 문제는 이것대로 해석돼야지 다른 문제로 치환되어 해석되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려워진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비해 3.6%p 지지를 더 얻은 것은 연령효과일까, 소득 차에서 생긴 계층효과일까? 앞의 결과를 토대로 할 때, 나이 든 유권자일수록 박근혜 후보를 더 지지했다는 해석이 빈곤층일수록 더 지지했다는 해석보다 더 설득력을 지닌다. 그리고 고령층일수록 빈곤층이 많은 현실이 ‘빈곤층의 편향된 지지’라는 착시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60세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걷어내면 빈곤층의 편향된 지지 현상이 보이지 않거나 대폭 완화되는 현상이 이를 반증한다.

(하략)

 

_ 3장 "고령 빈곤층에 숨은 비밀" 중에서

 

 

* <표심의 역습>을 통해 전하는 '대한민국 표심'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그동안 쉽게 넘겨짚고 대충 흘려들은,

우리 자신도 몰랐던 이 시대의 우리를 마주하다

 

"아직도 과거의 이미지로만 국민을 보려 하는가?"

 

 

 

 

 

<표심의 역습>

이현우, 이지호, 서복경, 남봉우, 성홍식 공저

책담 | 2016년 2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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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대를 위한 세상의 모든 이야기 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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