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의 역습>을 통해 전하는

'대한민국 표심' 네 번째 이야기

   

" 잘사는 사람들이 투표에 더 참여한다 "

 

 

 

여론조사 결과, 주택을 보유하거나 자가 거주하는 사람들일수록 투표 참여가 더 높았다.

왜 집이 있는 사람들이 더 투표할까? 왜 집이 없는 사람들이 덜 투표할까?

 

 

 

재산과 정당 지지 성향

 

일반적으로 유권자의 계층을 구분할 때에는 여러 기준을 사용한다. 소득, 학력, 직업, 재산, 혹은 계층에 대한 주관적 인식 등이 기준이 된다. 각각의 기준은 연구 목적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여기서는 재산을 기준으로 해보자. 계층과 정치 태도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데에는 다른 기준보다 재산이 유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계층을 나누는 기준으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해 학계 내 합의는 부족한 상태다. 여기서 재산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계층이 정책이나 정치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보려면 서로 다른 계층에 속한 유권자들의 생활수준 차이가 중요하다. 생활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있어야 그것에 부합하는 정책 선호가 생기고 그 정책을 지향하는 정당을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활수준의 차이는 가처분소득의 크기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학력, 직업, 소득보다 재산의 수준이 가처분소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학력의 경우 1990년대 이후 대학 진학률이 크게 높아져서 특히 현재 40대 이하 세대에게 대학 학력과 가처분소득의 상관성은 낮아 보인다. 시장소득의 경우 차이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한국에서는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주택 보유 여부, 주택과 관련한 채무
의 크기에 따라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의 격차가 크게 날 수 있다.
물론 재산도 정확하지는 않다. 예컨대 5억짜리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당장 유동 가능한 소득이 없거나 낮다면 생활수준은 전세를 살면서 가처분소득이 더 큰 가구보다 낮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가구자산 중 주거비 부담이 너무 큰 한국의 현실에서 채무를 제외한 순재산액이 생활수준의 차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권자의 81.2%는 자신의 계층적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가구의 재산 수준이 높아질수록 ‘있다’는 응답이 조금씩 증가했다. 5천만 원 미만 가구 유권자인 경우 14%만이 그렇다고 답했는데, 4억 이상 집단에서는 24.6%가 ‘있다’고 답해 10%p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이 조사에서 좋아하는 정당이 있는지도 물었는데 여기에 대한 응답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보였다. 5천만 원 미만 집단에서는 27.1%만 좋아하는 정당이 있다고 답한 반면, 4억 이상 집단에서는 36.7%가 ‘있다’고 답해 역시 10%p 정도의 차이
를 보였다.
자산이 많을수록 자신의 계층을 대변해주는 정당이나 좋아하는 정당이 있다는 응답은 왜 높아질까? 여기서 연령효과를 생각해볼 수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축적된 자산이 많을 것이고, 우리 사회에서는 고연령층일수록 투표도 많이 하고 정당 지지 성향도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효과는 50대와 60대 이상의 단절적 현상 때문에 많이 상쇄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50대가 가장 자산이 많은 반면, 60대 이상은 그렇지 않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고령층의 양극화는 심각하며 고령 빈곤층은 대개 저자산층이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30대 가구들은 대개 저자산층일 가능성이 높고, 젊을수록 무당층이 많기 때문에 연령효과는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같은 조사에서 5천만 원 미만 집단은 20대가 37%, 30대는 25%, 40대와 50대는 20%, 60대는 30%였다. 20대가 가장 많긴 하지만 그다음은 30대가 아닌 60대였다. 4억 이상 가구는 50대가 31%로 가장 많았고, 40대와 60대가 각각 18%, 19%, 20대는 12%였다. 연령효과를 고려해도 재산이 많을수록 좋아하는 정당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은 흥미로운 결과다. 저자산층일수록 좋아할 만한 정당이 없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집이 있는 사람들이 투표에 더 적극적이다

 

계층적 차이가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중에서 투표 참여와 투표 선택은 가장 가시적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계층적 차이에 따라 더 투표하고 덜 투표한다면 더 투표하는 계층의 이익이 더 잘 대표될 거라고 가정할 수 있다. 지난 몇 차례의 선거에서 소위 강남 3구의 높은 투표율이 주목받은 것은 계층적 상징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서울의 강남 지역에만 국한된 현상이라면 이 지역의 특수성이지 우리나라 전체의 계층적 투표 패턴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손낙구는 《대한민국 정치 사회 지도》에서 수도권 지역을 1,186개 동네로 구분하고 각 동네의 집값과 투표율을 비교해서 집값이 비싼 동네일수록 더 많이 투표한다는 결과를 발견했다. 매우 흥미로운 결과다. 부촌 거주자일수록 더 투표에 적극적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더 잘사는 사람들이 정치적 대표에 더 적극적일 수 있다는 가정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값이 비싼 동네에도 전월세 거주자가 있기 때문에 집주인이 더 투표했는지 전월세 거주자도 비슷하게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난 4차례의 전국적 선거에서 주택을 보유하거나 자가 거주하는 사람들일수록 투표 참여가 더 높았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있다. 선거에 따라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10~15%p 정도 더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 조사들은 가구의 재산 정도를 묻는 문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재산 정도에 따른 투표 참여는 분석할 수 없었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주택의 가치는 매우 상이할 것이므로 주택 보유 여부가 재산 정도나 우리 사회의 계층적 지위를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집이 지니는 자산 가치를 고려한다면 주택 보유자가 더 투표한다는 계층적 함의는 생각해볼 수 있겠다.

왜 집이 있는 사람들이 더 투표할까? 왜 집이 없는 사람들이 덜 투표할까? 그 이유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거주 기간과 자산 가치다. 전월세 거주자는 짧은 주기로 집을 옮겨 다녀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지역구 투표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거에서는 전월세 거주자들이 내 선거구 후보에 관심을 갖기가 어렵다. 반면 주택이 있는 사람들은 한곳에 오래 정착할 가능성이 높고 선거구 정치에 대한 정보도 더 많이 갖고 있을 것이므로 투표 참여가 더 쉬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택이 주거 목적 외에 자산 가치 증식의 수단이 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주택 보유자들은 자산 가치를 높이거나 떨어뜨리는 정책에 민감할 수 있다.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이 자산 가치와 관련이 있을 때 투표 참여는 정책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 중 어떤 이유에서든 주택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대표성은 보장되기 어렵다. 주택을 가진 사람들의 표로 당선된 정치인들이 주택을 갖지 않은 사람들의 이익을 더 챙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략)

 

_ 3장 "잘사는 사람들이 투표에 더 참여한다" 중에서

 

 

 

* <표심의 역습>을 통해 전하는 '대한민국 표심'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그동안 쉽게 넘겨짚고 대충 흘려들은,

우리 자신도 몰랐던 이 시대의 우리를 마주하다

 

"아직도 과거의 이미지로만 국민을 보려 하는가?"

 

 

 

 

 

<표심의 역습>

이현우, 이지호, 서복경, 남봉우, 성홍식 공저

책담 | 2016년 2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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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대를 위한 세상의 모든 이야기 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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