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의 역습>을 통해 전하는

'대한민국 표심' 세 번째 이야기

 

" 선거의 중심에 선 386세대 "

 

 

다가올 양대 선거에서 386세대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온몸으로 열어젖힌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데 분노하며 권위주의적인 정부를 응징하러 나설까?

아니면 나이와 삶의 무게를 버거워하며 보수정권에 침묵의 동조를 보낼까?

그것도 아니면 아예 뒷짐을 진 채 혐오스러운 정치 상황을 외면해버릴까?

 

 

386세대가 주목받는 이유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집단은 아마 386세대일 것이다. 청년기에 민주화 세례를 받았고 30~40대 시절 1997년 국민의 정부와 2002년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이지만, 이미 상당수가 50대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나이가 들면 보수화될 수밖에 없다며 연령효과를 확신한다. 야당은 그들에게 젊은 시절의 진보성이 남아 있을 것이라며 세대효과를 기대한다. 여당 내부에도 ‘386세대 일부는 보수화됐지만 그들은 30대 때 노무현 돌풍과 탄핵 총선을 주도했고, 2012년 대선에서도 일관되게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는 경계심이 있기는 하다. 야당 내부에도 ‘386세대도 나이가 들었고 지금의 진보 정치에 대해 염증을 느끼면서 이미 보수로 기울어졌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수의 대를 깰 정도는 아니다.
어쨌건 우리가 386세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이 한국 현대사에서 가진 독특한 경험 때문이다. 흔히 386세대란, 이 이름이 처음 불려질 1990년대 당시 ‘30대 나이, 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자’를 가리킨다. 이들이 40대가 되면서 ‘486세대’로, 일부가 50대 중반까지 진입한 지금은 ‘586세대’ 또는 ‘86세대(80년 대학생활, 60년대 출생자)’로 부르기도 한다. 386세대의 연령을 놓고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1960~1969년 출생자, 1961~1970년 출생자, 1962~1971년 출생자 등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정치적 의미에서 보면 그런 세세한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대학에 다녔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20대 청년 시절에 5·18 광주민주화운동(광주민주항쟁)을 직간접적으로 겪었으며,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통치 아래 보냈고,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및 7, 8월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민주화 시대를 열어젖힌 정치적 경험을 공유한 세대를 386세대라고 부르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386세대를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선거에서 가지는 특별한 위상과 관련이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386세대는 30~40세였다. 당시 유권자 비중을 보면 30~40대(47.5%)가 50대 이상 연령층(29.3%)에 크게 앞선다. 투표자율은 30대 67.4%, 40대 76.3%, 50대 83.7%, 60세 이상 78.7%로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02년 노무현 돌풍은 바로 유권자와 투표자에서 중심에 섰던 3040세대가 만들어낸 것이다.
386세대가 40~50대로 진입한 2012년 18대 대선에서 이들이 전체 유권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41.0%, 투표자 비중은 42.6%였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 비중 41.3%, 투표자 비중 41.9%로 2002년 대선에 비해 줄어들었다. 하지만 정치 효능감과 투표 영향력 면에서 이들은 여전히 한국 선거의 중심 세대였다.
물론 지금의 40~50대가 모두 386세대는 아니다. 50대 후반은 유신 시절 청년기를 보낸 세대로, 386세대와 세대 경험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다가올 총선, 대선에서 386세대가 50대 중후반까지 진입하게 된다는 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흔히들 ‘50대 = 보수’라고 하지만 이들에 의해 50대의 색깔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386세대의 분화

 

386세대는 20대 청년기에 민주화 세례를 받았다는 동일한 정치적 경험을 공유했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세대 내부에서 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유권자 지도―세대 조사’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1980년대 초반에 대학생활을 경험한 광주항쟁세대(2015년 기준 50~55세)와 진보대중화세대(2015년 기준 43~49세)로 나누어 분류했다. 두 세대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1960년대 전반에 출생한 광주항쟁세대가 20대 초입에 잠깐 맛본 ‘서울의 봄’과 그 이후의 좌절, 광주민주항쟁의 트라우마 때문에 전두환 정권에 맞서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 저항을 한 세대였다면, 1960년대 후반에 출생한 진보대중화세대는 1985년 2·12총선과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그리고 7, 8월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진보 헤게모니를 장악해나간 세대였다. 이들은 6월 민주화운동 당시 ‘호헌철폐, 직선제’의 민주주의 제도화를 쟁취한 세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세대를 ‘민주화 기치세대’와 ‘민주화 확대 세대’라고 지칭할 수도 있겠다.
민주화 시대를 열었다는 큰 경험은 동일하지만 각각이 접했던 상이한 사회정치적 경험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는 상당한 생각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정치 이념에서 보면 광주항쟁세대나 진보대중화세대 모두 어느 정도 보수화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광주항쟁세대는 유신 시절 청년기를 보낸 유신체제세대(2015년 기준 56~65세)와 근접하고 있었다.
이들은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남북관계’를 최우선 정책과제라고 본 광주항쟁세대는 15.9%였지만, 진보대중화세대는 7.5%였다. ‘정치개혁’이라는 대답은 광주항쟁세대 10.3%, 진보대중화세대 16.3%였다.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데 대해서도 광주항쟁세대(76.2% 동의)와 진보대중화세대(66.7% 동의)는 차이를 보였다. 이 의견에 대해 광주항쟁세대는 진보대중화세대보다 유신체제세대에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와 진보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도 달랐다. 광주항쟁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재벌과 노동자’의 의미로 이해하는 비율이 높았고, 진보대중화세대는 ‘권위와 자유’의 의미로 이해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희석된 세대효과

 

386세대의 세대효과가 확연하게 드러난 것은 2002년 대선과 2004년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이후 치러진 탄핵 총선이었다. 2002년 초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에서 시작된 ‘노무현 바람’의 진원지는 386세대였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낡은 정치의 틀을 깨고 제대로 된 민주화 시대를 열어젖힐 것으로 기대하고 환호했다.
그해 6월 월드컵 열풍과 미군의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이와 미선이 사건으로 그들은 다시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대선 전날 벌어진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 파기는 386세대를 더 자극했다. 그들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가족과 친구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냈다. 2004년 대통령 탄핵 사건도 386세대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불태우는 계기가 되었다. 자기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상황에 대해 이들은 갓 태어난 열린우리당에게 과반수 의석을 안기는 것으로 답했다.
하지만 2007년 대선에서는 기권하거나 오히려 여당인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이명박 후보의 530만 표 차 승리는 노무현 정권의 아마추어적 국정운영에 넌더리를 내던 386세대의 실망과 침묵 때문에 가능했다. 더구나 40대로 진입하면서 더 큰 무게로 다가온 경제에 대한 부담이 이명박 정권에 대한 기대로 나타나기도 했다. 2007년 대선 후 다수 연구자들은 ‘이제 386세대는 끝났다’, ‘386세대의 세대효과는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접전을 벌이면서 ‘386세대의 세대효과는 살아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그 위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세대효과가 희석되고 있는 현상은 ‘유권자 지도―세대 조사’에서도 다시 확인된다. 광주항쟁세대 가운데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21.9%에 불과했고, 스스로 보수적이라는 사람은 2배에 가까운 40.5%나 되었다. 진보대중화세대에서도 자칭 진보는 20.6%에 지나지 않았고, 자칭 보수는 32.8%였다. 이는 전 세대 진보 평균(23.9%)보다도 낮은 수치로, 자칭 진보가 41.1%나 되는 IMF세대(2015년 기준 37~42세)와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결국 광주항쟁세대건, 진보대중화세대건 이미 보수화되고 있음이 지표로 확인된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의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민주주의 가치가 항상 최선’이라는 데 동의한 386세대는 촛불세대(2015년 기준 26~30세)나 IMF세대보다 훨씬 적었다. ‘민주화 경험을 공유한 세대인 만큼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을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연령효과가 오히려 이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386세대의 연령효과 표출은 그들이 처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 광주항쟁세대 중 일부는 이미 사회로부터 밀려났거나 퇴출에 임박한 사람들이다.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이제 가난한 노후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진보대중화세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의 중심을 이루는 연령대이지만 이 세대의 상당수는 취직을 하지 못하는 자녀를 뒷바라지하고, 노령화로 삶의 주기가 길어진 부모세대를 봉양하며, 자신의 노후까지 고민해야 하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에게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젊은 시절의 경험은 기억의 한구석에 간직되어 있을 뿐이다. 당장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의 늪과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경제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하략)

 

_ 1장 "선거의 중심에 선 386세대" 중에서

 

 

* <표심의 역습>을 통해 전하는 '대한민국 표심'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그동안 쉽게 넘겨짚고 대충 흘려들은,

우리 자신도 몰랐던 이 시대의 우리를 마주하다

 

"아직도 과거의 이미지로만 국민을 보려 하는가?"

 

 

 

 

 

<표심의 역습>

이현우, 이지호, 서복경, 남봉우, 성홍식 공저

책담 | 2016년 2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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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대를 위한 세상의 모든 이야기 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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